한미 관세 협상, 대미 투자 규모 이견에 막판 난항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미 투자 규모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 측에 4000억 달러(약 5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협상 종료를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 2000억 달러 vs 미국 4000억 달러
한국 정부는 협상 초기 1000억 달러+α 수준의 대미 투자안을 제시했으나 미국 측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규모를 2000억 달러(약 276조 원) 이상으로 확대했음에도, 미국은 4000억 달러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긴급 면담에서 구윤철 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두 시간 넘게 논의했으나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트닉 장관 “최선의 최종안 가져와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최근 발언에서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 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강한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는 한국 측이 제시한 조선업 협력 및 농·축산물 일부 개방 카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재계 총수들 잇단 미국행
협상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며 민관 합동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구체화를 위해 미국을 찾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반도체 및 AI 분야 투자 확대 카드를 제시하기 위해 방미했습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30일 워싱턴으로 출국해 협상 지원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마스가 프로젝트, 협상 돌파구 될까
주목되는 협상 카드 중 하나는 마스가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조선업을 결합한 대규모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됩니다.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내 조선소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정부가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이나 EU처럼 무제한적인 투자 펀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대안으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가 협상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부 “국익 최우선으로 협상 중”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상호 호혜적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4000억 달러 투자 강요설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습니다. 다만 농축산물 개방과 같은 민감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국익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협상 마감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미 투자 규모 조정과 마스가 프로젝트의 역할이 협상 타결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