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노동, 3년 연속 산재 증가…정부 “근로기준법 개정 검토”
“밤에 일할 때마다 몸속 근육과 수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에요.” 택배 물품 분류 작업을 맡고 있는 50대 노동자 A씨의 말이다.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 속에서 그는 탈진과 어지러움으로 매년 한 차례 응급실을 찾았다. 최근에는 허리 부상으로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밤샘 노동 중 사고와 질환 발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새벽 시간 집중력 저하와 신체 기능 저하로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야간 근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야간 산재 3년 연속 증가세
30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법적 야간 근로 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 산업재해자 수는 2022년 8,314명, 2023년 9,060명, 2024년 9,433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2017년(4,782명)과 비교하면 7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고는 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야간 사고 피해자는 13.5% 증가해 두드러진 격차를 보였다.
새벽 2~4시, 가장 위험한 시간대
특히 신체 각성도가 가장 떨어지는 새벽 2~4시는 위험도가 높았다. 지난해 이 시간대 사고 재해자 1,341명 중 13명이 숨져 사망률이 0.97%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평균(0.71%)보다 높다.
야간 산재 사망자 수도 증가세다. 2022년 60명에서 지난해 63명으로 늘어난 반면, 전체 산재 사망자는 같은 기간 874명에서 827명으로 줄었다.
전문가·정부 “야간 노동은 구조적 위험”
의학 전문가들은 야간 노동 자체가 근본적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류현철 원장은 “대부분 질환은 야간 근무 시 관리가 더 어렵고, 단순 임금 보상으로는 위험을 줄일 수 없다”며 “장시간 노동과 높은 강도의 한국 사회에서 야간 노동은 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25일 SPC삼립 공장을 방문해 “야간근로가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
현재 근로기준법은 야간근로에 대해 50% 가산임금을 보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경제적 유인으로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연속 야간근로 제한, 추가 휴식시간 의무화 등을 포함한 제도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어떤 제도적 대책을 내놓을지,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 확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주목된다.
픽틈 정치·시사팀 | 작성일 :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