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행 같았어요”… 5호선 화재 당시 승객의 증언

작성자: 픽틈 정치·시사팀

작성일: 2025년 5월 31일

[인터뷰] “부산행 같았어요”… 5호선 화재 당시 승객의 증언

누군가 ‘뛰어!’라고 외쳤고, 그 순간 사람들이 제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어요. ‘시너 뿌렸다’는 말도 들렸고요.

2025년 5월 31일 아침,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당시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직장인 김모(24)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긴박한 순간을 생생히 전했습니다.

“영화 ‘부산행’ 같았어요”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 지하철을 탑승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의나루역을 지나자 희미한 연기가 열차 내부로 퍼졌고, 분위기는 곧 긴장으로 변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맨 끝 칸으로 달려왔어요. 수십 명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됐고, ‘창문을 깨야 하나’, ‘나가야 한다’는 다급한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그는 연기 속에서도 가까스로 열린 열차 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회상했습니다. "정차 방송은 없었지만, 마치 역에 도착한 것처럼 모든 문이 열렸어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깜깜한 터널 속을 달려 탈출

김씨는 열차에서 내린 후 다른 승객들과 함께 터널을 따라 마포역까지 도보 이동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굴과 손이 그을렸고, 무릎에 통증도 생겼습니다.

“퇴근하고 병원에 가보려고요. 다친 건 큰 상처는 아니지만, 그 순간은 정말 공포였어요. 연기와 사람들의 비명 속에서 어딜 향해 달려야 할지조차 몰랐거든요.”

김씨는 “크게 다친 분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지만, 한동안 지하철은 못 탈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경찰, 방화 용의자 현행범 체포

이번 화재는 단순 사고가 아닌 방화 사건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 45분, 60대 남성을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이 남성은 선로 위를 걷다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과정에서, 손에 묻은 그을음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서는 점화기와 유리병 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물품도 발견됐습니다.

빠른 대응으로 대형 참사 막아

이번 사건은 승객들과 기관사의 초기 소화기 대응신속한 대피 유도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400여 명의 승객이 터널을 통해 대피했으며, 21명이 연기흡입이나 가벼운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화재는 10시 24분에 완전히 진화되었고, 열차 운행은 10시 6분경 정상화되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특별 경계근무 강화

서울교통공사는 모방범죄 방지와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6월 3일까지 전 역사 및 열차에 대해 경찰과 협조하여 특별 경계근무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맺음말

한 시민의 출근길은 공포로 바뀌었고, 400여 명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터널 속을 뛰었습니다. 김씨의 증언처럼 “큰 피해는 없었다니 다행”이지만, 공공 교통수단의 안전 문제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방재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작성자: 픽틈 정치·시사팀

작성일: 2025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