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중심으로 주택 증여 급증…보유세 인상 ‘선제 대응’ 움직임
작성자 : 픽틈 경제·산업팀 | 작성일 : 10월 20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 ‘세금 폭탄을 맞기 전에 미리 물려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 전국 집합건물 증여 2만6천여건…3년 만에 최대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 등) 증여 건수는 2만6,4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391건)보다 4.1% 증가한 수치로, 2022년(3만4,829건) 이후 3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서울의 증여 건수는 5,883건으로, 전년 동기(4,912건) 대비 19.8%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 57.5%(378건) △송파구 44.2%(395건) △용산구 51.9%(196건)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구는 507건으로 서울 내 최다 건수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13.2%에 그쳤다.
■ 보유세 인상 우려가 증여 급증 불러
2020~2022년 고강도 부동산세 인상 시기에도 증여는 활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증여 취득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매매가·감정가)으로 바뀌면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다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남·서초·용산 등 고가주택 지역에서 증여 수요가 급격히 살아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세제 정상화’를 기조로 보유세 조정 논의를 이어왔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기조와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 정부·여당, 세제 조정 논의 본격화
전날 열린 당정 회의에서도 부동산 세제 조정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강화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는 공평 과세를 위한 ‘응능부담’ 원칙에 부합한다”고 언급하며, “고가의 1주택자 역시 세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급한 증세는 부담’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보유세 현실화 검토 △거래세·취득세 인하 등 균형적 세제 조정안을 병행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 전문가 “세금 선제 대응 심리 확산”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미 세제 강화 신호만으로도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증여가 급증하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 우려가 현실화되면 양도세·상속세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증여세를 감수하더라도 미리 자산을 이전하려는 수요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서초·용산·송파 등은 고가주택이 밀집된 지역으로, 자산 이전을 통한 절세 전략이 활발하다”며 “보유세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증여 건수는 연말까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연말까지 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초 발표할 예정으로, 보유세와 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 조정 방향에 따라 시장의 자산 이전 흐름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