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發 근로시간 개편…중소기업·노동자 “임금·인건비 부담”

국내 식품 제조업계 대표 기업인 SPC그룹이 ‘2조 2교대제’ 폐지를 선언하면서 비슷한 근무 체제를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과 현장 근로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안전 강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추가 인력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근로자는 임금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SPC, 2조 2교대 축소 및 야간 근무 제한

SPC는 하루 12시간 맞교대로 운영되던 2조 2교대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오는 10월부터 야간 8시간 초과 근무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12시간씩 일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지적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5월 새벽 3시 작업 도중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SPC 전체 생산라인 중 53.7%가 2조 2교대 체제로 운영 중이다. SPC는 2027년까지 그 비율을 20%로 줄이고,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추가 인력 채용에도 나설 방침이다.

노동자 안전 강화 vs 임금 감소

노동계는 WHO가 심야 근로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점을 언급하며 “교대제 축소는 산업재해를 줄이는 긍정적 조치”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곧 임금 삭감”으로 이어진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예컨대 시급 1만5천원을 받는 근로자가 2조 2교대로 연장·야간 수당을 포함해 월 436만원을 받던 것이, 주 40시간 근무로 전환되면 312만원 수준에 그친다. 사실상 월 124만원 감소로, 임금이 약 20% 줄어드는 셈이다.

경기 시흥의 한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이 줄면 결국 투잡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커져

중소기업들은 인력 충원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특히 주물·단조업 등 뿌리산업은 24시간 공장 가동이 필수적이라 맞교대 운영이 일반화되어 있다. 교대제 개편으로 인력이 늘어나면 채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병문 한국주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물산업은 3교대를 할 경우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기업 부담이 커지면 오히려 고용 여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 불가피?

SPC는 노조와 협의해 임금 감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임금 보전이 쉽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리크라상 영업이익률이 1%도 되지 않는다”며 “인건비 증가와 임금 보전을 동시에 감당하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SPC의 결정은 업계 전체 교대제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노사 갈등과 산업 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픽틈 정치·시사팀 | 작성일 : 7월 30일